"이 세상의 모든 일은 운명과 의지의 상호작용으로 생긴다는 거, 알아?"

 

 이것은 마이조 오타로의 신작(*역주:2008년 당시) <디스코탐정 수요일> 초반부에 나오는 메시지다. 상하권 합계 1000페이지 이상, 원고지로 약 2000장인 엄청난 대작을 시종일관 움직이는 것도 이 메시지다. 결정론과 자유의지에 관한 문제는 예로부터 철학자들이 고민해 온 난제였다. 다만 그 문제가 소설 속에 놓이게 되면, 인과관계의 연쇄 속에 있는 인간의 삶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 그 이상의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소설이라는 시작과 끝이 있는 형식 안에서, 모든 것을 작가가 설치한 무대 위에서, 등장인물은 어디까지 행동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서 작가도 독자도 어떻게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이런 문제까지 함께 끌어오게 될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의 화자이자 문자 그대로 주인공인 이의 이름은 아니나 다를까 디스코 웬즈데이. 그는 미국에서 고아로 태어나(*해석의 여지 있음) 미아 찾기 탐정을 직업 삼고 있으며, 현재 일본에 와서는 스스로를 오도리바 미즈타로踊場水太郎라 칭하고 있다. 이 이름부터가 운명에 의해 춤추게 되는 역할을 맡게 됨을 나타내는데, 그런 디스코 웬즈데이가 어떻게 스스로의 의지로 춤을 추게 될 것인가가 이야기의 뼈대다. 물론 오도리바 미즈타로라는 이름은 곧 마이조 오타로라는 작가의 이름과 연결된다. 그러니 바꿔 말하면, 이 소설은 오도리바 미즈타로와 마이조 오타로가 어떻게 춤추게 되는가에 관한 소설이며, 마이조 오타로가 어떤 식으로 작가로서의 모든 것을 걸고 춤에 몰두하는지를 독자로서 주목해야 할 것이다.

 

 디스코는 유괴당했던 것을 찾아내 보호한 야마기시 코즈에山岸梢라는 여섯 살 소녀와 함께 살고 있는데, 코즈에에게 이변이 일어난다. 종종 열입곱 살 코즈에가 여섯 살 코즈에 속으로 들어오고, 몸집까지 늘어났다 줄었다 한다. 11년 후 미래에서 소녀가 찾아온다는 이 해괴한 현상이 계기가 되어, 소설의 시간과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이 시점에서 이미 독자에게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져도 놀랍지 않다는 확신이 생겨난다. 그러나 실제 이야기 전개는, 그런 독자의 예감을 훨씬 뛰어넘는 어지러움으로 가득하다.

 

 이 소설을 억지로 장르의 틀에 끼워 넣는다면 SF 미스터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SF와 미스터리의 도구들을 과도할 만큼 활용함으로써, 오히려 그 틀을 뚫고 나가려고 하는 굳건한 의지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미스터리로서는, 파인애플 형태의 기묘한 저택, 그곳에서 일어나는 연속 밀실 살인사건, 더불어 10여 명의 '명탐정'이 등장하여 연이어 '진상'을 파헤치는 수수께끼 풀이 대결 등의 요소가 한계를 시험하듯 꽉 채워진다. SF로서는, 하인라인의 고전 명작 '윤회의 뱀'(*원제:'-All You Zombies-')을 더 복잡하게 빙빙 꼬아놓은 듯한 타임 패러독스, 이를 지탱하는 시간론과 우주론이 풍부한 도해와 함께 연이어 제시된다. 그에 맞춰 이야기의 시간과 공간도 정신없이 여기저기로 날아다닌다. 아니, 날아다니는 것은 시간과 공간뿐이 아니다. 주인공 디스코는 정말로 시공을 초월해 이동하게 된다. 그것도 오직 운명을 거스르려는 의지의 힘만으로. 코즈에를 위한다는 사랑의 힘만으로.

"소설이 꼭 작가 생각대로 진행되는 건 아니죠. 생각도 못 한 묘사를 하게 되거나, 자기 의표를 찌르게 되는 전개도 있잖아요. ...뭘 만들거나 창조하는 일은 경험으로 얻은 지식을 짜맞추기만 하는 게 아니라, 어떤 부분에서는, 제로에서 뭔가를 생겨나게 하는 거예요."

 

 한 등장인물이 이런 말을 한다. 그렇게 세계를 '발명'하고, 삶의 터전을 넓혀가는 것이 산다는 것의 본질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물론 이것은 작가 자신이 이 소설에 담은 마음일 것임이 직설적으로 와닿는다. 소설의 형태나 구조가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마이조 오타로의 메시지는 언제나 직설적이다. 이야기가 아무리 비틀린 트위스트를 내포하더라도, 그건 원체 디스코이니 당연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건 어디까지나 춤의 방식일 따름이다.

 

 독자는 터무니없는 이야기 전개에 거듭 휘둘리며, 비유하자면 작가에 의해 강제로 춤추게 되는 느낌을 맛보지만,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붙으면서 점점 스스로 춤추게 된다. 그 말인즉, 아픔으로 가득한 이 세계의 어딘가에서 다른 넓은 세계를 찾아내려고 벽에 머리를 찧듯 분투하는 디스코에게, 힘내라고 한편이 되어 성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디스코와 독자의 의지의 힘이 한데 묶이고, 소설의 결말을 만들어간다. 결코 정해져 있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쏟아부은 듯한, 처절한 막춤 끝에 생겨난 하나의 기적에 다름 아닐 것이다.

 

書評 舞城王太郎『ディスコ探偵水曜日』(上・下)

今週の本棚:若島正・評 『ディスコ探偵水曜日 上・下』時空を超えた途方もない「踊り」の果てに

(毎日新聞 2008년 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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