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단편집이다. '두려운 이리야 그녀의 석류 畏れ入谷の彼女の柘榴'에서는 손가락에서 빛이 나오는 아들과 불가사의한 아내의 임신이 그려지며, '뒷산의 굉장한 원숭이 裏山の凄い猿'에서는 나쁜 게와 사람 말을 하는 굉장한 원숭이가 등장하고, '우리 집 현관에 앉는 한숨 うちの玄関に座るため息'에서는 사람의 형태를 한 누군가의 미련이 찾아오는 집에 태어난 세 남매가 상경을 한 후 고민에 빠진다.

 

 터무니없는 설정들이긴 하지만, 그 절묘한 균형감과 하나같이 참신한 에피소드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독백이 지닌 초월적인 현실감으로 인해, 독자는 푹 꺼지는 비즈쿠션에 파묻히듯 매끄럽게 터무니없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우리 집 현관에 앉는 한숨'에서는, 맏형과 그 연인의 관계를 둘러싼 세 남매의 대화가 압권이다. 사람 형태를 한 미련, 통칭 '남은 분-오노코리상 お残りさん'의 집에 태어난 그들이 후회 없이 살려고 생각하는 탓에 생기는 맏형과 연인 사이의 갈등은, 보통 '남이사 人それぞれ'라고 넘기기 십상이나, 세 사람은 이러쿵저러쿵 말을 나누며 자문자답을 이어간다. 변두리부터 파고들어 중요한 것에 닿으려고, 닿지 못하더라도 다가가려고 하는 세 사람의 모습은 선문답에 가까운 숭고함조차 느끼게 한다. 기발한 설정보다도, 삶과 타인이라는 성가신 것과 철저하게 말로서 마주하려는 주인공의, 그리고 저자의 각오가 더 각별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있는 세상 또한 불가사의하기 그지없고, 왜 그런 설정을 했나 싶은 해괴하고 납득되지 않는 일은 과학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산더미 같다. 그 어떤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사람은 그 규칙 안에서 고민하며 헤매고, 답을 계속 찾으며, 답에 도달하지 못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책은, 그런 불안정한 채로 사는 우리를 지탱하는 것은 내면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양심, 좋아하든 싫어하든 자연스레 타인의 행복을 바라게 되는 등불 같은 따스함임을 일깨워 준다.

 

「畏れ入谷の彼女の柘榴」書評 不可解に対峙 徹底的に言葉で 評者: 金原ひとみ

(朝日新聞 2021년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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