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의 팬이시라면, 다음 유명 작가들이 집필한 죠죠 소설들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오츠이치『더 북 The Book - jojo's bizarre adventure 4th another day』초판 2007.11 발매 (한국어판)

카도노 코헤이『수치심 없는 퍼플헤이즈 恥知らずのパープルヘイズ판 2011.9 발매 (한국어판)

니시오 이신『오버 헤븐 OVER HEAVEN - JOJO’S BIZARRE ADVENTURE』초판 2011.12 발매

마이조 오타로 『죠지 죠스타 JORGE JOESTAR』초판 2012.9 발매

 

이보다 이전(1993, 2001)에도 죠죠를 주제로 한 소설(σ)이 나온 바 있으나, 작가들 이름이 세일즈 포인트는 아니었습니다.

그와 달리 위 네 작품은, 오츠이치의 이름에 걸맞는 완성도였던 <더 북 The Book>이 호평받은 덕에, 2011년~2012년에 걸쳐

"VS JOJO"라는 표어 아래 세 유명 작가가 죠죠를 소설화하는 기획(σ)이 실현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네 작가의 VS JOJO로 치기도 함)

 

이 중 마지막으로 발간된 마이조 오타로의 <죠지 죠스타 JORGE JOESTAR> 중, 2017년 신서판과 함께 발행된 디지털판에서

미리보기로 설정된 분량인 챕터 ONE 전체를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이 번역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작품 선전에 있으므로,

이후 이야기는 원서를 구입해서 보시거나, 정식 한국어판이 나온다면 구입하고 싶다는 목소리를 많이 내주시면 기쁘겠습니다.

 

마이조 오타로는 자신의 책에 (새 소설을 더하는 경우는 있어도) 소설 외에 그 어떤 말도 덧붙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본판은 다른 이의 해설 등도 실은 적이 없고, 띠지 추천사 정도만 예외임) <죠지 죠스타 JORGE JOESTAR>의 첫 페이지는

다음과 같은 한 줄로 시작합니다. 그냥 평범한 헌사처럼 보이지만, 마이조 오타로의 책으로서는 지극히 예외적인 한 줄입니다.

 

 

 

 

 荒木飛呂彦先生へ。

아라키 히로히코 선생님께.

 

 

 

ONE 쓰쿠모주쿠

 내 이름은 죠지 죠스타. 귀족이셨던 할아버지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표기는 라틴식으로 JORGE로 해놨다. 왜 영국인답게 GEORGE로 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엄마는 "그야 넌 이곳 카나리아 제도에서 태어났고, 그리고 그렇게 해야 남들이 JOJO라고 부르지 않겠니?"라고 하며 웃었다. 듣자 하니 선박사고로 돌아가신 아빠 이름이 JONATHAN JOESTAR였고, 어릴 적부터 별명이 JOJO였나 본데, 결혼하자마자 돌아가신 아빠를 계속 사랑하고 있다는 엄마는 내가 그 호칭을 물려받길 바라는 것이리라. 하지만 안타깝게도 라 팔마 섬에는 순 스페인 사람뿐이라, 나를 죠지라고 부르는 사람조차 엄마와 리사리사 정도고, 다른 애들은 JOJO는 커녕 호르헤라고 스페인식으로 부르는데…… 라고 엄마한테 말해봤자 쓸쓸한 표정을 짓게 만들 뿐일 테니 말 안 할 거다. 그리고, 호칭 따위는 문제도 아니다. 난 어릴 적부터 줄곧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원숭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해왔고, 오늘도 학교 다녀오는 길에 그놈들이 내 얼굴에 개똥을 철퍽 발랐단 말이다. 문질러질 때 콧속에 들어갔는지 연거푸 세수를 하고 코를 헹구기까지 했는데도 아직 냄새가 난다. 뭐 하지만 사실은 그걸 먹을 뻔한 상황이었으니까. 그렇게 되지 않아서 행운이었다. 평소대로 리사리사가 보고 구해주지 않았으면 입 안에 억지로 쑤셔 넣어졌을 것이다. 신앙심이 없는, 추상적인 개념따위 이해 못 하는, 섬에서 헛되이 태어나 죽어갈 시골뜨기 돼지 녀석들, 그놈들은 정도껏 할 줄을 모른다. "와하하하하하! 맨날 맨날 여자한테 도움이나 받고 말야. 발사 블랑카(하얀 뗏목) 꼬추는 노로 쓸래도 못 쓰겠어!"
 리사리사에게 맞아 나가떨어진 후 막 차여서 너덜너덜해졌고 코피도 안 멈추는 주제에, 두들겨 맞는 게 익숙해졌는지 안토니오 토레스가 날 비웃는 말을 했고, 아무리 나지만 피가 거꾸로 솟았다. 사고가 난 배에서 목숨만 간신히 건져 탈출한 나와 리사리사와 엄마가 며칠 동안 대서양을 표류했기에 안토니오 패거리는 나를 발사 블랑카라고 부르며 놀리는데, 그 말을 듣자니 우리 집 여자들뿐만 아니라, 돌아가신 아빠까지 놀림당하는 기분이 들어 분노한 나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스스로 할 말은 아니지만 진짜 지긋지긋해! 안쓰러울 정도로 약골이다. 나는.
 그리하여, 안토니오 패거리는 우는 나를 보며 마치 디저트를 즐기듯 한참을 배터지게 웃었고, 나는 리사리사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향했다.
 강에서 세수를 하고 코를 헹구려는데 잔뜩 뿔이 난 리사리사가 "죠지, 네가 괜히 울어서 걔네들 기분만 좋아졌잖아."라며 나를 혼냈고, 그게 또 한심스러워서 흘린 눈물과 콧물 때문에 볼때기가 간지러운 와중에도 엘리자베스 스트레이초는 가차없다. "얼굴이 그게 뭐야…… 아무리 세수해도 소용없겠어! 창피해서 같이 못 다니겠다! 그렇게 서러우면 혼자 울어! 꼴 보기 싫으니까!"라고 말하고는 날 두고 뛰어가버렸다. 그게 또 서럽고 분하고…… 왜 나만 이런 비참한 꼴을 당해야 하지? 단지 반에서 유일한 영국인이란 이유 때문에……! 이런 말은 좀 그래서 안 하지만, 나도 백인인데! 우리 반엔 동양인도 있는데, 걘 아무도 안 놀리잖아……! 젠장! 왜 나만 못살게 구는 거야!?
 물론 그건, 내가 이렇게나 약골이고, 딱히 머리가 좋거나 운동을 잘 하지도 못하고, 말재주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 반 동양인은 어쩐지 당당하고, 썩 잘생겼고, 하여간 공부를 잘하는 데다가, 자세히는 모르지만, 명탐정 같은 일을 초등학생 때부터 하고 있다는 것 같다. 그만큼 특별하다면, 그 누구에게도 괴롭힘당할 일이 없는 거겠지. 즉 괴롭힘당하는 데도 이유는 있단 말인데, 그리 생각하니 울분을 토해낼 길이 아주 없어져서, 더욱 울컥해졌다.
 결국 울음을 못 그친 채 집에 다다랐는데,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을 리사리사가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엄마가 말한다. "그 애, 울고 있었어. 리사리사는 죠지가 몹시 걱정되나 보구나. 상냥한 아이니까……." 그야 난 남자애치곤 상냥한 편이지만…… 이라고 생각하다가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어? 뭐라고? 내가 아니라 리사리사 말이야? 울었다니…… 거짓말. 분명 잘못 본 걸 거야. 상냥하다니 대체 어딜 봐서? 난폭하고, 악동 패거리들에게서 날 구해준 건 좋았지만 그렇게 가차없이 호통을 치고, 막 욕하다가 혼자 두고 간 리사리사가 상냥하다니 아주 큰 착각이야! 라고 내심 분개하는 나에게, 그 날 밤, 저녁 식사 전에 엄마가 말한다.
 "죠지, 이제부터 중요한 이야기를 할 테니 잘 들어야 해. 알았지?"
 엄마의 슬픔을 머금은 미소를 본 나는 불길한 예감만 들었고, 조건반사처럼 눈물이 북받쳤다.
 "싫어."
 그러자 리사리사가,
 "후후, 죠지는 바보구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잖아."
 라고 하길래, 왜 웃는 거야 이 심술쟁이! 라는 표정으로 째려보려 했지만, 리사리사도 표정은 전혀 웃고 있지 않다. 그 작은 얼굴에 드리운 그늘을 본 내 마음은 완전히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졌다.
 대체 무슨 일이지?
 "죠지, 잘 들으렴." 엄마가 말한다. "고개 돌리지 말고."
 고개를 돌리고 싶다. 하지만 안 된다. 엄마가 중요한 이야기라고 했으니까. 나는 똑바로 마주해야 한다.
 "무슨 얘긴데?"
 엄마가 천천히 입을 뗀다.
 "그게 있지. 사실 리사리사는, 열두 살이 되면, 양아버지이신 스트레이초 씨 댁에 돌려보내기로 약속하고 우리 집에 온 거였어. 크리스마스를 우리 셋이 함께 보낸 후에, 새해가 되면 스트레이초 씨가 데리러 올 거야. 리사리사는 이탈리아에 있는 집으로 이사 가게 될 거란다."

 ……네?
 정말로, 미리 각오하려고 필사적으로 상상했던 온갖 어렴풋한 나쁜 소식을 한참 뛰어넘는, 너무도 가혹한 이야기라서, 난 정말 순간적으로 눈 앞이 깜깜해졌다. 난 한참 옛날부터, 거의 갓난아기 적부터 리사리사의 보살핌 아래 있었단 말이다. 리사리사는 날 난폭한 놈들로부터 지켜줬고, 뺏긴 물건을 되찾아줬고, 잃어버린 물건은 찾아주거나 나눠줬고, 울고 있을 땐 위로해줬고 뭔가 좀 잘됐을 땐 칭찬해줬었다. 잠깐만, 그런 상태인 내게서 리사리사를 빼앗겠다니 이런 법이 어딨어!
 "안 돼…… 안 돼! 말도 안 돼애!"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리사리사가 없으면, 난, 어떡하라고!" 어떡하긴 뭘 어떡해 그냥 죽는 거지. 농담 아니라 진짜로 괴롭힘당해서 죽을 텐데?
 하지만 엄마는 그런 나의 위기를 모르기에 말한다. 위로도 상냥함도 느껴지지 않는 말투로.
 "죠지. 너는 너대로 리사리사가 없어도 괜찮도록, 강하고, 굳세고, 현명해져야 해. 리사리사에게 기대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걸, 남은 반년 동안 보여주려무나. 넌 여러모로 리사리사 신세를 많이 졌잖니? 네가 듬직해지면, 그게 리사리사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보답이란다."
 뭐라고요오오오――――――!?
 항상 이렇다. 엄마의 이런, 뭐라고 해야 되지? 대꾸하기 힘든, 핑계 댈 수도 없는, 그대로 따르지 않으면 완전 나쁜 놈이 될 듯한, 올바른 말씀! 아니 그런데 엄마, 제 상황은 이미 올바름을 따질 수준이 아닌데요!? 개똥이 입에 쑤셔 넣어질 뻔 했다고! 오늘! 방금 전에 말야! 리사리사는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 날 구해주고 있다고! 아무 것도 모르면서! 엄마의 무지를 확 깨우쳐줄까!? 분에 겨워 공황 상태에 빠진 내가 신사의 자존심 따위 아무래도 좋으니 엄마의 말이 얼마나 곤란한지 개똥 사례를 들어 호소해보려 했을 때, 리사리사도 울음을 터뜨린다.
 "몰라! 죠지는 바보야! 항상 자기 생각만 하고! 그럼 난 뭔데? 얼굴도 거의 기억 안 나는 아빠한테 혼자 가야 된다고! 죠지하고도 마마 에리나하고도 만날 수 없게 되는데! 정말 쓸쓸하고 무서운데! 그런데 죠지는…… 미워! 이젠 죠지 따위 보기도 싫어!" 넘치는 눈물을 볼에 흘리며 닦을 생각도 않고 엉엉 소리내어 우는 리사리사를 앞에 두고, 나는 그만 어안이 벙벙해졌다. 리사리사가 우는 모습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테이블을 돌아가서 울고 있는 리사리사를 안는다. "우아아아앙! 에리, 마마 에리나, 우우우, 흡, 후우우, 죄송, 죄송해요! 끅, 으어어엉! 나, 우, 울어버려서! 끅! 으아아앙 울기 싫었는데에에에!"
 "리사리사, 괜찮아. 참지 말고 울어. 정말 슬프잖니. 나도 괴롭단다. 이제껏 함께 살아오면서, 정말 즐거웠고, 행복했으니까. 널 진짜 딸처럼 여겨왔고, 사랑한단다. 그건 앞으로도 쭉 변치 않을 거야. 리사리사, 그것만은 믿어주렴. 난 널 쭉 사랑할 거야."
 "으아아아앙 마마 에리나! 고마워, 쭉! 나도 사랑해! 사랑하니까! 쭉 기억해줘! 나 잊어버리면 안돼!"
 "물론이지. 잊을 리가 없잖니. 넌 내 자랑스런 아이야. 나야말로 고맙구나. 이렇게 너와 함께 살아온 나날이 나와 죠지의 보물이 되었단다."
 "으어어엉! 나, 그치만, 헤어지기 싫어! 여기서 계속 같이 살고 싶어! 죄송해요 투정 부려서! 그치만 이게 내 진심이에요!"
 "괜찮단다. 다 털어놓으렴. 가엾은 리사리사. 어른들의 약속이 네 삶을 휘두르고 있으니…… 하지만 이건, 큰 사명을 품은, 우리 인간들의 운명 그 자체를 좌우하게 될, 중요한 약속이란다. 너도 이해하게 될 날이 꼭 올 테니, 아직 이리도 작은 네게는 진심으로 미안하다만, 견디고, 극복해야 해."
 "우와아아앙! 싫어! 싫단 말야아아아아아!"라고 하며 의자 위에서 엄마에게 안긴 채 몸을 뒤틀며 떼쓰듯 구는 리사리사를 바라보며, 나로서는 조금 놀랐달까, 식겁했달까…… 아하하, 왠지 대단한 걸 본 느낌이다. 리사리사도 어린애였구나. 그 사실을 이제 알게 된 기분이다. 그야 당연하지만. 그래. 열한 살이니까…… 만으로 치면 나랑 동갑이잖아. 이제껏 아주 큰 어른에게 보호받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겨우 한 살 차이. 그것도 한 살 미만이다.
 즉 작년의 나는 거의 모든 기간을 열 살짜리 리사리사에게 보호받은 셈이고, 난 지금 열한 살, 지금의 나라면 작년의 나를 보호할 수 있다 해도 이상할 건 없다. 작년에 날 괴롭힌 것도 안토니오 패거리였는데, 작년의 안토니오라면 지금보다 몸집이 한참 작았고, 힘도 약했겠지. 그래도 무섭다. 무섭지만, 지금의 나라면 맞먹을 수 있을 거다. 그냥 무서운 거다. 무서움만 어떻게
하면, 맞설 수 있다. 공포를 없애려면, 용기를 짜내는 수 밖에 없다. 난 남자애니까, 여자애한테 기대기만 할 수는 없단 말이다.
 "좋아, 리사리사."
 공황 상태였던 나도 이젠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지는 못했고, 역시 턱이 떨리고 있지만, 계속 말한다.
 "나, 용기를 낼게. 내일부턴 안토니오 패거리를, 내가 물리쳐 보일게…… 아니 그건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잘 견뎌내는 모습을 보여줄게. 리사리사의 힘을 빌리지 않고 말이야." 생긋 웃으며 말을 마치자, 이번엔 리사리사가 어안이 벙벙해질 차례였고, 엄마도 약간 놀란 듯, 어이없는 듯한 표정이었기에, 아~ 난 전혀 신뢰를 못 받는구나 싶다. 그야 당연하겠지만. 새빨개진 눈을 가늘게 뜬 채, 눈물에 젖은 볼을 실룩이며 미소를 띠고, "고마워 죠지. 넌 멋져."라고 말해준 리사리사는 새삼 깨달았지만 무척 예쁜 여자애였고, 마치 온몸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 같아서, 난 어쩐지 심쿵했다. "그래도 무리는 하지 마. 다칠까 봐 걱정되니까."라고 덧붙이는 걸 보니, 역시 나에 대한 신뢰감은 제로인 것 같지만.
 그래도 힘내자!
 그리하여, 학교에서나 다니는 길에서 안토니오를 어떻게 피할까, 또는 무슨 말을 들었을 때 모 안 나게 대꾸하려면 뭐라고 해야 할까…… 디너 전에 했던 선언보다는 톤이 한참 낮아졌지만 그런 대책들을 밤새 생각하느라 거의 잠을 설치고 말았는데, 그런 건 다 헛수고였다.
 안토니오 토레스는 이 날 아침, 시체로 발견되었다. 누군가에게 살해된 시체로.

 

To Be Continued → 『JORGE JOESTAR』 ONE : 쓰쿠모주쿠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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