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RGE JOESTAR』ONE : 쓰쿠모주쿠 [1/7] ← Prev

 

 나는 항구 마을에서 오는 안토니오 패거리와 마주치지 않도록, 그와 동시에, 리사리사의 보호를 받을 일이 없도록,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와 학교로 간다. 그 후 가방을 교실에 놓지 않고 그대로 학교 건물 뒤편 창고에 숨은 후, 모두가 등교를 마치고, 수업이 시작되기 직전에 교실에 들어간다. 한심스러운 방법이지만, 하지만 이게 이 날 아침 내가 내딛을 수 있는 가장 큰 첫걸음이었다. 그런 고로, 슬금슬금 교실 뒷쪽 문을 열고 내 자리를 향해 달리는데, 이상하게 조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평소라면 시끌벅적할 텐데 왜 이리 분위기가 썰렁하지? 싶어서 허리를 숙인 채로 고개를 들자, 다들 날 보고 있길래, 그만 발을 멈추고 말았다. 비굴하게 구는 왕따를 볼 때의 연민과 경멸이 담긴 시선은 아니다. 불안과 공포, 그리고 의구심을 내게 똑바로 던지고 있다. 영문을 모르겠지만 나는 자연스레 안토니오 토레스의 모습을 찾는다. 하지만, 없다. 그 후, 안토니오의 똘마니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똘마니 1호, 훌리오가 말한다.
 "야 호르헤, 너 이 새끼…… 왜 살금살금 다니고 지랄이야! 지금까지 어디 있었어? 말해 영국 새꺄!"
 "어? 어디 있었냐니…… 그냥, 집에서 학교로 온 건데?"
 창고에 숨어있었다고는 말 못 하지. 암. 그러자 훌리오가 버럭 소리친다.
 "뻥까지 마! 우린 오늘 아침에 너네 집에 들렀다 왔거든!? 일찍 뛰어갔는데, 일곱 시엔 이미 집에 없었잖아!"
 "뭐……? 우리 집엔 왜 왔었는데?"
 집에까지 찾아와서 못살게 굴려고 했던 거야!? 작작 좀 해 진짜! 나는 내심 당황했다. 아무리 괴롭히고 싶더라도 그건 규칙 위반 아니야?
 그러자 훌리오가 상상도 못 한 말을 하며 언성을 높인다. "안토니오의 죽음에 관해서, 네가 뭔가 알 것 같아서 찾아간 거야!"
 안토니오의 죽음!?
 엥? 그 쓰레기, 죽은 거야?
 "……무슨 소리야. 난 모르는데?"
 "그럼 거짓말은 왜 했어! 너 오늘 아침에, 평소대로 온 거 아니잖아!?"
 "뭐, 평소보다 일찍 나온 건 맞는데……."
 "바로 학교에 안 왔잖아! 안토니오를 죽이러 간 거지!?"
 "응……?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리야? 안토니오가 죽었단 말이야?"
 "시치미 떼지 마!"
 "아니, 난 진짜 하나도 이해가 안돼. 말이 안 되잖아. 내가 어떻게 안토니오를 죽이겠어?"
 "너 혼자면 무리겠지!" 훌리오가 분노와 공포로 눈을 번뜩이며 말을 잇는다. "하지만 리사리사도 있으면 어떻게든 될 거 아냐!"
 쫘아악! 내 온몸에 전율이 왔다. 리사리사!?
 "리사리사가 사람을 죽일 리가 없잖아!"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대꾸했는데, 내가 훌리오에게 소리를 친 건 이게 처음이다. 예상치 못 한 반격에 훌리오는 순간 움찔했지만, 바로 이렇게 말한다.
 "흥! 그럼 리사리사는 오늘 아침에 어디 있었는데!? 우리가 너네 집 갔었을 때, 너만 없었던 게 아니라, 그 폭력녀도 없었단 말이야!"
 ???? "뭐………?"
 "너네 엄마도 당황하더라! 너랑 그 여자 둘 다 방에 없어서! 안토니오가 살해된 날 아침에 우연히 둘 다 모습을 감추다니 이상하잖아! 수상하기 짝이 없어! 니들이 안토니오한테 무슨 짓 한 거 아냐!? 내가 너네 엄마한테도 말했어! 안토니오가 죽었고, 범인은 너일지도 모른다고!"
 "뭣…… 엄마한테, 그런 말을 했어!? 너무하잖아! 아무 증거도 없으면서 그런 말을 왜 해!?"
 "안토니오를 죽일 만한 사람은 너랑, 널 돌보는 그 여자밖에 없잖아! 안 그래!?"
 "무슨 소리야! 내가 안토니오를 어떻게 죽여!? 죽이긴 커녕, 싸움할 근성도 없어서, 그치만 시비 걸리기도 싫어서,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학교 뒤 창고에 숨어서, 수업 시작 시간만 기다렸단 말야아―!" 
 내가 외친 내용이 너무도 한심한 데다 정말 내가 할 법한 행동이었기에, 훌리오 패거리를 제외한 다른 애들은 약간 안심한 듯이 웃는다. 
 훌리오가 "증거도 없는 주제에!"라고 자기도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말했을 때, 어느새 들어온 우리 담임 페르난데스 선생님이 "증인은 있어. 내가 교무실에서 다 봤거든. 창고에 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말이야. 훌리오, 반 친구를 함부로 의심하면 안 되잖니. 그리고, 오늘 아침 호르헤 모습을 보고, 지금 얘기를 들어보니 짐작이 가는데, 훌리오, 너희들 평소부터 호르헤를 괴롭혔던 거 아니니? 안토니오나 다른 애들이랑, 여럿이서 한 명을. 부끄럽지도 않아?"라고 하자, 훌리오 패거리는 얼굴을 붉히며, 분한 듯이 이를 악물며 고개를 숙인다.
 나는, 겨우 알아채줘서 기쁜 것 같기도 했고, 이제 와서? 하여간 선생님은 미덥지가 못하구나! 싶어서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고, 복잡한 마음이었다.
 그 후 끈질긴 훌리오가 다시 나를 노려보고, 말한다. "하지만 리사리사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은 그대로야!"
 페르난데스 선생님이 보고 있는 상황이라 여유가 생긴 나는, 일부러 한숨을 쉰 후 대꾸한다. "후…… 무슨 소리야? 리사리사가 그런 짓을 할 리 없잖아. 싸움을 잘하는 건 사실이지만, 여자앤데? 안토니오를 죽이는 건 불가능해."
 그러자 훌리오가 흥분해서 소리친다. "웃기지마―! 걘 평범한 여자가 아니라고! 넌 리사리사가 싸고도니까 맞은 적이 없어서 모르나 본데, 우린 다 알아! 그 여자는 주먹도, 발차기도, 전혀 평범하지 않다고! 몸 속에서 찌릿찌릿한 전기가 퍼지는 것 같고, 피가 이상한 쪽으로 꺾이는 느낌이란 말야! 걔한텐 뭔가 이상한 힘이 있는 거야! 그 해괴한 능력으로 안토니오를 죽여버린 거라고! 그런 해괴한 방법으로 죽이다니! 변태 년!"
 "뭐어……?" 하나부터 열까지 이해가 안 되는 말이다. "무슨 소리야. 일단 진정해. 리사리사한테 해괴한 힘 같은 건 없어……."
 "너만 모르는 거라니까―! 난 그 여자 발에 차이고 반나절 동안 몸 왼쪽이 계속 덜덜 떨렸고, 안토니오가 전에 맞았을 땐, 다리가 멋대로 움직여서 10킬로 정도 멈추지도 않고 해변까지 달려갔다고. 그대로 바다에 뛰어들어서 하마터면 빠져 죽을 뻔 했다니까!"
 "뭐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해."
 "에이씨, 됐어! 아무 것도 모르는 너한테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야! 아무튼 리사리사란 년한테는 이상한 힘이 있어! 그런 이상한 힘 때문에, 안토니오가 그렇게 이상하게 죽은 게 분명해!"
 "……? 아까부터 자꾸 이상하다고 하는데, 대체 어떻게 죽었단 거야?"
 "시치미 떼는 것처럼 들리지만 가르쳐주지!"라고 훌리오가 운을 뗀 후, 말을 잇는다. "안토니오는 말야! 아주 얇고 납작한 시체가 되어있었어! 자기 집 뒷마당에서! 피도 살도 뼈도 없는, 가죽 한 장만 달랑 남은 카펫 같은 시체로 발견됐단 말야!"

 

 뭐라고?
 안토니오 토레스가 그런 모습으로 죽었단 말야? ……그게 정말이라면, 리사리사 같은 애가 범인일 리는 더더욱 없잖아……? 내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교실 문이 벌컥 열렸다.
 "얘기는 다 들었다! 라는 식으로 진부하게 등장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어쩔 수가 없네. 다들 흥분하는 듯해서, 여기서 잠깐 기다리려 했는데, 수업이 시작되긴커녕 이상한 이야기가 나오길래…… 더는 견딜 수가 없었어."라고 문 옆에서 투덜대는, 길고 굵직한 통을 겨드랑이에 끼고 있는 소년은, 우리 반의 유일한 동양인, 츠쿠모쥬크 카토다. 반에서 제일 잘생겼고, 제일 머리가 좋고, 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인 이 녀석이 등장하자, 반 전체가, 담임 선생님조차, 이 녀석에게 주목한다. 그런 카리스마 같은 것이 있는 녀석이다.
 그렇게 모두가 지켜보는 와중에, 츠쿠모쥬크는 문을 닫고, 교실 안 자기 책상으로 간 후, 가지고 있던 통 모양 케이스를 바닥에 놓고 의자에 앉아 이쪽을 향하고는, 말한다. "으음~…… 안토니오 토레스 사건을 해결하고 온 줄 알았는데, 도대체 여기서 뭐가 새로 시작되려는 걸까?" 
 반 전체가 술렁인다.
 훌리오가 외친다. "해겨얼!? 야 이새꺄, 아무 말이나 지껄이지 마! 우리가 안토니오를 마중 갔다가 시체를 발견한 건 오늘 아침 일이고, 경찰이 온 건 방금 전이라고! 아직 한 시간도 안 지났어! 게다가 넌 경찰도 아니면서 안토니오가 죽은 건 어떻게 안 거야!?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고 왔다니, 왜 자기가 한 것처럼 말하고 지랄이야―!"
 "아니, 내가 해결한 거 맞는데?"라는 츠쿠모쥬크의 말을 들은 훌리오가 기막혀 한다.
 "네가 어떻게……"
 "알잖아? 내가 명탐정이기 때문이야, 훌리오 곤잘레스. 오늘 내가 토레스 가문 집 앞을, 너희가 뛰쳐나온 직후에 지나가게 된 것도, 일종의 필연이었던 거지."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대사를 폼나게 읊은 후, 츠쿠모쥬크가 날 본다. "다만…… 그 필연은 나를 또 다른 길로 유도하고 있는 것 같군."
 동양인의 검은 눈동자로부터 나오는 꿰뚫는 듯한 시선을 받으며, 이 녀석은 왜 이렇게, 어른스럽게, 젠체하는 말투를 쓰는 걸까 생각했다. 정말 나랑 같은 열한 살짜리 애 맞아? 아니 이 녀석 아직 생일 안 지나지 않았나? 그럼 열 살인데?
 그리고 나는 깨닫는다.
 츠쿠모쥬크와 마주 보고 제대로 이야기하는 것은, 이게 처음이다.
 "저기……."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서 결국, 안토니오 살인 사건은, 해결한 거 맞아?" 그 사건에 리사리사가 관여되어 있을까?
 "그랬을 거였어."
 거였어? "응? 결국 무슨 말이야?"
 대답하지 않고, 츠쿠모쥬크가 내게 묻는다. "호르헤, 탐정소설을 읽어 본 적이 있니?"
 "……? 탐정소설? 아~…… 우리 집 책장에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 1841년에 미국인 작가 에드거 앨런 포가 <모르그 가의 살인>을 발표한 후 시작된 장르소설이야. 불가능해 보이는 범죄가 일어나고, 천재적인 명탐정이 수수께끼를 푸는 내용이 정석이지."
 "그런 정석 같은 거 몰라. 애들 보는 거 아니라고 엄마가 못 읽게 하니까. 나도 무서운 책은 읽기 싫고…… 지금 무슨 얘기 하는 거야?"
 "그래도 명탐정이 뭔진 알지?"
 "셜록 홈즈 같은 거?"
 "그거야. 반드시 진상에 도달한다는 역할이 부여된, 이야기 속 장치."
 "? 그게 뭐?"
 "나는 명탐정이야."
 "……? 아 그래. 그래서 대체……"
 "자고로 명탐정은 모든 단서를 수집하고, 사건을 구석구석까지 파악한 후에 완전한 답을 도출해내지."
 "………."
 "반대로 말하면, 새로운 단서, 모르는 디테일이 있었을 경우, 답은 완전하지 않은 것이 돼. 그리고, 완전하지 않은 답은, 정답이 아닌 거야!"
 이 동양인이 갑자기 뭔 소릴 하는 거람!?

 

To Be Continued → 『JORGE JOESTAR』ONE : 쓰쿠모주쿠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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