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RGE JOESTAR』ONE : 쓰쿠모주쿠 [2/7] ← Prev

 

 자리에서 일어난 츠쿠모쥬크가, 교실 창문의 커튼을 치고 돌아다니며 큰 소리로 외친다. "이곳에는 새로운 세계가 있어! 내가 모르던 디테일이 있어! 내가 내놓은 답은 완전하지 않았어! 틀렸던 게야! 사건은! 아직! 계속되고 있어!"
 샥! 샥! 샥! 하고 모든 커튼을 친 후, 어둑해진 교실에서 우리가 지켜보는 와중에 자기 책상으로 돌아온 츠쿠모쥬크는 아까 가져온 통을 집어 든다. "직사광선과 습기를 꼭 피해야 하거든……."이라고 하며 통 속에서 꺼내 책상에 팔랑 펼쳐 보인 그것은, 납작해진 안토니오 토레스.
 눈 안은 텅 비어있고, 알몸이고, 종잇장처럼 얇게 펴져 있다.
 피도 살도 뼈도 없는, 가죽 한 장만 달랑 남은 카펫 같은 시체로 발견됐단 말야!
 라고 아까 외친 장본인인 훌리오가 "우와아아아악!"이라고 비명을 지른다. "너 제정신이야!? 반 친구 시체를 이런 데 들고 오면 어떡해―! 경찰한테 혼나도 난 몰라, 몰라!"
 츠쿠모쥬크는 침착하다. "흥. 이건 사건 해결 기념으로 경찰 허락을 구하고 받아온 거야. 혼나긴 무슨."
 책상 위의 납작한 안토니오 토레스는, 옆을 향해 턱을 약간 올린 채, 눈꺼풀은 살짝 뜨여 있었고, 눈동자는 없지만 어쩐지 먼 곳을 보는 듯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이었고, 양 손을 앞으로 내민 채, 마치 드러난 가슴을 가리듯 하며, 어떤 고뇌로 인해 하늘에 팔을 뻗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고, 쬐그만 꼬추를 가리고 싶은 듯 허리를 꺾은 채, 양 다리는 발가락까지 쭉 뻗었지만 무릎은 약간 굽히고 있어 춤추는 것 같았고…… 벌써 몇 년 동안 매일 날 괴롭힌 상대지만, 하지만, 아름다웠다.
 "이건……!" 내가 말한다. "이건, 그림, 아니야?"
 "그게 내가 도출해낸 답이야, 호르헤…… 아니, 죠지 죠스타."
 "뭔 소리야, 그건 시체야! 아으 역겨워어어어!"라고 외치는 훌리오에게도, 츠쿠모쥬크는 말한다.
 "그 말도 맞아. 하지만, 본질은 아니지."
 전율하면서도 츠쿠모쥬크의 박력에 망연자실하고 있는 교실 한가운데서, 츠쿠모쥬크가 말한다. "이건, 안토니오의 어머니 마리아 토레스가 만든 표본 예술이야. 아들의 피부를 벗겨서 만들었어. 피와 살과 뼈를 제거한 게 아니야. 가죽만 벗겨서, 접착제로 이어붙이고, 빠진 털을 모아서 머리 부분에 이식한 전신 가죽 표본이야. 이름하여 <올해의 안토니오>지."


 터무니없는 사실에 모두가 말을 잊었다. 숨쉬는 것마저 잊을 듯 하다.
 떨리는 목소리로 훌리오가 말한다. "……그치만, 그런 식으로 온몸의 가죽을 뜯어내면, 안토니오는 역시 죽을 거 아냐?"
 "단숨에 벗겨버리면, 보통은 그렇겠지." 츠쿠모쥬크는 태연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처음엔 조금씩 조금씩 벗기면서 기름으로 무두질을 하고, 가는 실로 조심해서 꿰맸었던 모양이야. 하지만 그러면 이어붙인 느낌을 감출 수 없을 텐데, 실제로 꼬맨 라인이 도드라지고, 피부의 신선함도 균일하지 않아서 전체적인 모양새가 전혀 아름다지 않더라고. 그래서 마리아는 개량을 거듭했고, 아들의 몸도, 환경에 순응한 거야."
 "뭐야……!?" 훌리오가 입을 막으며 말한다. "이것 말고, 또 있다는 거야?"
 "그래." 츠쿠모쥬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토니오가 0살 유아일 때 것부터 있으니까. 올해 것까지 더하면 12장 있었지. 하지만 초기 작품은 역시 만듦새가 별로였거든. 대략 작년부터 멋진 퀄리티가 나왔길래, 올해의, 즉 최고 걸작을 받아온 거야."
 "……!"
 기어코 말문을 잊은 훌리오 대신, 교실의 누군가가 말한다. "그런 잔인한 짓을 하는 부모가 있다니……!"
 "아이를 사랑하는, 평범하지 않은 어머니지." 츠쿠모쥬크는 담담하다. "이미 사진기가 발명되어 코닥 카메라가 유통되고 있고, 라 팔마 섬엔 없어도 테네리페 섬 산타 크루스에 가면 사진관도 있는데 말이야. 마리아는 피부에 집착한 거야. 그건 아마도, 사진으로는 맨살을 비비는 감촉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마리아는 경찰에 연행될 때도, 마지막 추억이라면서 필사적으로 볼을 비볐다고 하니까."
 교실에 있는 몇 명이 한꺼번에 토를 한 듯, 바닥에 구토물이 철벅철벅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무도 뭐라고 하지 못 했다.
 나는 <올해의 안토니오>를 유심히 봤지만, 이음매나 꿰맨 부분 같은 것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뒷면에 있나? 싶었지만 역시 만지기는 좀 그렇다…… 고 생각하고 있으려니, 옆에서 츠쿠모쥬크가 말한다. 
 "깔끔하지? 등에서 엉덩이에 걸친 한 줄 밖에 이음매가 없는 거 알아?"
 응?
 "그치만 이거, 피부 퀼트 아니야?"
 "후후. 퀼트라. 세련된 표현이네. 하지만 그건 처음에만 했던 방식이야. 아까 말했지? 어머니는 방식을 개량했고, 아들의 몸은 그에 순응했다고."
 "……?"
 "매해 여름마다 어머니가 가죽을 벗긴다고 상상해 봐. 죽지 않게 벗겼다지만, 불균형하게 쬐금 쬐금~씩 시간을 들여 살을 벗기는데 아프고 괴로웠을 거 아냐. 그래서 아들의 방어본능도 필사적이었던 거야. 인간의 세포는 7년이면 모두 바뀌고, 표피만으로 따지면 한 달도 안 걸린다는 말도 있는데, 안토니오 토레스의 피부는 마리아가 정한 <까죽까죽의 날>, 6월 16일이 오기 3일쯤 전부터 헐렁거리게 되어 있었어. 마리아는 등을 칼로 한 줄 긋기만 하면 돼. 그러면 안토니오가 스스로 헌 피부를 벗고 나와. 얇지만 새로운 피부도 이미 걸치고 있으니 거의 탈피에 가깝지. 그 후 마리아는 아들이 벗은 피부가 마르지 않도록 앞면과 뒷면을 기름으로 얇게 코팅하고, 성형육에 쓰는 접착제로 피부 단면을 붙이면 그만이었어. 그렇게 <올해의 안토니오>가 완성된 거지." 웨이터가 요리 레시피를 설명하듯 츠쿠모쥬크가 말을 마쳤고, 내가 묻는다.
 "그럼, 그 말은 안토니오 토레스가 살아있다는 거지?" 이건 결국 시체가 아니라 껍질이니까, 탈피를 한 안토니오가 존재한다는 말이고, 그렇다면 '안토니오 패거리와 엮이지 않는다'는 나의 오늘 목표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츠쿠모쥬크는 어색하게 웃는다. "그럴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리고 교실 입구 쪽을 돌아보며 말한다. "어이, 이제 됐어. 나오시게."
 나오시게라니…… 라고 질려 하면서 나도 벌컥 열린 문을 본다. 그곳에는 안토니오 토레스가 표정 없이 서 있었고, 살아 돌아온 악우를 본 훌리오 패거리가 환호성을 지르려 했지만,   
 "잠깐! 함부로 다가가지 마!"
 라고 츠쿠모쥬크가 소리치자, 그 박력에 훌리오 패거리는 움찔하고 멈췄다.
 죽은 줄 알았던 안토니오가 다시 눈앞에 서 있는 상황에 나도 긴장하며, 동시에 위화감을 느꼈다. 평소라면  오만하게 헤죽헤죽 웃으면서 나뿐 아니라 패거리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명령조로 재수 없는 소릴 해대고, 산만하게 몸을 떨면서 타산적이고 예리한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안토니오가, 지금은 활짝 연 문 옆에서 멍한 표정으로, 그냥 멀뚱히 서 있다. 이런 안토니오는 본 적이 없다. 평소 안토니오였으면 요란하게 까불면서 등장했을 테고,  애당초 츠쿠모쥬크가 아무리 박력 있더라도 쉽사리 질 성격도 아니다. 하지만, 저기 있는 안토니오는, 아무 말이 없고, 전혀 움직이지도 않는다.
 이상한데? 라고 내가 생각함과 동시에, 츠쿠모쥬크가 말한다. "너, 같이 오는 동안에도 한마디도 안 했었지, 안토니오. 어머니가 체포돼서 연행된 참이니 충격받을 만도 하겠다 싶어서 놔뒀었는데…… 내가 틀렸던 건가? 뭔가 비린내가 난다 싶었지만 에티켓이랍시고 아무 말 안 한 것도, 나의 실수였나? ……혹시, <올해의 안토니오>는 두 장 있었던 건가?"


 저기 서 있는 건 살아있는 안토니오가 아닌 것이다. 나도 알았다. 안토니오가 이렇게 얌전할 리 없으니까. 츠쿠모쥬크는 말한다.
 "안에 들어 있는 녀석, 순순히 나오시게."
 이 대사를 듣고서야 우리 반 애들도 눈앞에 서 있는 것이 안토니오의 피부를 뒤집어쓴 다른 누군가임을 알아챈 듯, 문에 달려가려던 훌리오 패거리도 화들짝 물러선다.
 "난 후각도 뛰어나거든. 벌써 그 비린내에 섞여 있는 샴푸 냄새도 구별해낼 수 있는걸?" 츠쿠모쥬크는 말을 계속한다. "제품명은 모르지만, 호르헤…… 죠지 죠스타와 같은 샴푸야."
 ……???? 엥? "뭐……?"라고 당황하는 내 앞에서, <안토니오 토레스>가 후우, 하고 한숨을 쉰 후,
 "모르는 게 좋은 일도 있는 법인데, 명탐정이란 성가시구나."
 라고 여자애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이 목소리를 알고 있다.
 "아이들을 괜히 겁주기 싫었는데."라고 하며 안토니오 토레스의 가죽을 등에서부터 홱 벗어버리고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엘리자베스 스트레이초.

 

To Be Continued → 『JORGE JOESTAR』 ONE : 쓰쿠모주쿠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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