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RGE JOESTAR』ONE : 쓰쿠모주쿠 [3/7] ← Prev

 

 우와아아아아악! 교실 곳곳에서 비명이 터졌지만, 나는 놀랄 여유도 없다. 안토니오 속에서 나온 리사리사가 아름다워서…… 어젯밤에 그렇게 느꼈을 때보다 훨씬 예뻐서, 아아 리사리사는 이렇게 굉장한 여자애였구나, 싶어서 이상하게 감탄스럽고, 납득이 가는 듯한, 기묘하게 침착한 기분이었다.
 츠쿠모쥬크 또한 입을 다문 채, 그러나 눈동자에는 흥분을 머금고, 리사리사를 바라보고 있다. 코르셋을 찬 속옷 뿐인 거의 알몸 같은 모습으로 안토니오 토레스를 벗어 재낀 리사리사에게는,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다. 오히려 굉장히 당당하고, 가슴도 힙도 아직 작지만, 그렇지만, 광고나 연극에 나오는 여배우같이 멋있다.
 "잠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확인하고 올 테니 여기서 조용히……" 혼란스러워 하며 밝은 복도로 나가는 페르난데스 선생님을 무시하고, 어깨에 걸친 안토니오의 가방에서 자기 원피스를 꺼내 걸치며 리사리사가 입을 연다.
 "저는 엘리자베스 스트레이초. 이 학교에 다니는, 여러분보다 한 학년 높은 학생입니다. 지금부터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 반 학생인 안토니오 토레스 군을 살해한 범인이 아직 근처에 숨어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찰과, 사설 경비단이 범인을 쫓고 있습니다만, 여러분도 협력해 주셔야 합니다. 어렵거나 위험한 일은 아니랍니다. 오히려, 여러분은 단순히, 안전하게, 불필요한 일을 전혀 하지 말아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우선 첫 번째. 좀 있으면 교정에서 전교생 집회가 열릴 것이고, 그때도 설명이 있겠습니다만, 여러분은 교정에서 집까지, 곧바로, 어디에도 들르지 말고, 항상 온몸이 햇빛을 받도록 신경 쓰면서 귀가하셔야 합니다. 오늘은 결코 샛길로 새서는 안 됩니다. 가게에 들어가거나 친구 집에 놀러 가서도 안 되고, 숲이나 수풀에 있는 나무 그늘, 바닷가에 있는 바위 그늘 따위에도 절대 들어가서는 안 돼요. 왜냐하면 범인은, 낮 동안에는, 햇빛이 닿지 않는 그늘 속에 숨어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오늘은 햇볕을 쬐면서, 곧바로 집에 돌아가는 것이 가장 안전해요. 귀가 중에, 무언가 신경 쓰이는 걸 발견하거나, 친절하게 초대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오늘은 모두 무시하고, 무조건 곧바로 집에 돌아가셔야 해요."
 리사리사가 주먹 손등을 이쪽으로 향한 채 엄지손가락을 옆으로 세우며 말했고, 우리는 잠자코 듣고 있지만, 왜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한여름의 더위가 겨우 누그러져서 적당히 산산해진 참이란 말이다. 아이들은 모두 바깥에서 놀 테고, 나도 악동들을 피해야 하니 바다나 공원 같은 메이저한 놀이터엔 안 갈 거지만, 몰래 도서관이나 과자 가게에 들르고 싶단 말이다.
 하지만 우리 마음 속 불만은 개의치 않고, 리사리사는 검지도 세운 후 말을 잇는다. "두 번째. 그렇게 햇볕을 쬐면서 집에 간 후에는, 집 안의 모든 문과 창문을 굳게 잠그고, 한 발짝도 밖에 나가서는 안 됩니다. 오늘은 손님이 와도 집에 없는 척하세요. 대답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포기하고 돌아갈 때까지, 조용히, 입을 다물고, 가만히 계셔야 합니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 찾아와도, 아무리 상대에게 실례가 되어도 오늘만은 용납됩니다. 지금 경찰들이 섬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행동하도록 안내하는 중이므로, 미안해할 것 없어요. 오늘은 가족이 아닌 사람은 집에 찾아오지 않는 날이라고 생각하세요. 오늘 여러분은 집 안에서, 얌전히 놀기만 하면 괜찮습니다."
 아니 괜찮다니, 집 안의 모든 문과 창문을 굳게 잠그고 있으면, 더워서 괜찮지가 않을 텐데……? 게다가 집 안에만 얌전히 있으라니 그럼 지루하잖아?
 같은 마음인 우리 반의 누군가가 불평했지만, 리사리사는 무시한다. "그리고 세 번째. 오늘은 해가 진 후엔, 설령 가족이라도 집 안에 들여서는 안 됩니다. 밤이 되기 전에 가족이 모이지 않았다면, 그 집에서는 그때 모여 있던 사람들만 집 안에 숨도록 하고, 다른 가족이나 누군가가 찾아오더라도, 결코 말을 걸거나 대답을 해서는 안 됩니다. 숨어서 아침이 될 때까지 기다리고, 태양이 뜬 후에, 조용히 집을 나와서, 근처 경찰서로 가시거나, 순찰 중인 경관이나 경비단원에게 보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중지까지 세 개의 손가락을 세운 리사리사의 설명이 점점 불온해져서, 반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조용히 들으세요."라는 리사리사의 한마디에 모두가 일제히 입을 다문다.
 엄지를 접고 나머지 네 손가락을 세운 채 리사리사가 말한다. "네 번째입니다. 아마 오늘 밤, 소동이 일어나는 집이 있을 거예요. 누가 외치거나 다투고 부딪치는 듯한 소리, 비명 따위가 들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코 보러 가서는 안 됩니다. 수상한 목소리나 소리가 들리면, 세 번째 주의사항과 마찬가지로 가족끼리 집 안에 숨고, 아침까지 잠자코 계셔야 해요.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말고, 소리를 내지 말고, 아침 해가 뜨기를 기다리세요."
 ………! 대체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거야?
 리사리사로 인해 억눌려 있던 반 아이들의 불안이 다시 분출되기 시작했고, 웅성거림 속에서 몇몇 여자애들은 울기 시작한다.
 "이제 끝이야?"라고 한 것은, 그때까지 잠자코 리사리사를 바라보고 있던 츠쿠모쥬크다.
 "네."
 "그 말인즉, 안토니오 토레스는 누군가에게 살해된 것이고, 그 범인은…… 햇빛에 약하지만, 해가 진 후에는, 무차별적으로 또 다른 사람을 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로군." 요약한 내용을 다시 들어보니, 나도 새삼 무서워졌다. 어이 어이 어이 어이, 그런 무서운 밤이 찾아온단 말이야!? 리사리사는 어쩐지 멋있지만 영문을 모르겠는데, 괜찮은 걸까……!? 
 "그래서, 넌 뭔데?" 츠쿠모쥬크가 말한다. "<올해의 안토니오>가 여기 있다는 건, 그거, 네가 입고 온 그건, 다시 말해 안토니오 토레스의 진짜 시체잖아?"
 "맞아요." 리사리사가 수긍했다.
 으에에에엑, 나는 믿기지 않는 심경으로 리사리사가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 벗어던진 안토니오의 피부를 내려다본다. 왜 그런 끔찍한 짓을……?
 "넌, 안토니오 토레스가 살아있다고 위장한 거구나. 하지만 날 속이려 한 게 아니야. ……그걸 범인에게 보여주고, 동요시키려 한 거지?" 츠쿠모쥬크가 말을 이었다.
 "네. 그뿐 아니라……"
 "유인해낼 목적도 있었겠지, 물론."
 "그 말이 맞아요."
 "그럼 혹시, 그 목적은 성공한 게 아닐까? 햇빛을 싫어하는 범인이, 벌써 저기까지 온 거 아니야?" 츠쿠모쥬크의 시선을 따라서, 리사리사가 돌아본다.
 내리쪼이는 태양 덕분에 밝았던 복도가, 어느샌가 어둑해져 있다. 커튼이 쳐져 있기 때문이다. 스윽, 스윽, 지금도 복도 멀리서 누군가가 커튼을 당기는 소리가 난다. 엄청나게 겁먹었던 나인데도, 무의식적으로 교실 문을 열고, 복도를 들여다보고 있다. 커튼을 당기는 뒷모습은, 방금 전에 교실을 나간 페르난데스 선생님이다.
 ? 선생님이 왜……?
 "선생님."
 내가 말을 걸자, 커튼에 댄 손을 멈추고 햇빛 속에서 이쪽을 돌아보는 페르난데스 선생님의 얼굴에는 금이 가있고, 무너져 내렸으며, 머리에는 큰 구멍이 나 있다. "꺄아아아아악!" "선생님이!" "뭐야 저게!? 이젠 못 참겠어!" 내 뒤에 있는 여자애들이 비명을 지른다.
 스윽. 페르난데스 선생님이 또 커튼을 친다.
 다음 창문 앞으로 나아가 또 햇볕을 쬐자, 그때마다 얼굴이 무너져 내리는 듯하다. 머리 부분뿐만이 아니다. 온몸이 햇볕을 쬘 때마다 너덜너덜해진다. 태양에 약하다고? 그런 수준이 아니잖아. 태양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To Be Continued → 『JORGE JOESTAR』 ONE : 쓰쿠모주쿠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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