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RGE JOESTAR』ONE : 쓰쿠모주쿠 [4/7] ← Prev

 

 스윽.
 하염없이 커튼을 치며 나아가는 페르난데스 선생님을 보는 내 뒤에서 츠쿠모쥬크가 리사리사에게 말한다.
 "안토니오 토레스는 정말로 피와 살과 뼈를 모두 빨려서 죽었던 게로군……. 그런 일이 가능한 범인이란 게…… 대체 뭐지? 난 그런 일은 누구도 할 수 없다는 전제 하에서 생각했었는데, ……그건 어떤 인간에게도 불가능하다는 의미였어. 그게 틀렸던 건가? 인간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추리한 게 잘못이었나?"
 "……."
 "다시 한번 묻지. 그런 상대를 스스로 불러들인 너는, 대체 정체가 뭐야? 넌 대체, 어떤 힘을 지니고 있는 거지?"
 나도 뒤를 돌아보았다.
 내가 모르는 리사리사가, 나를 보며 말한다. "난 아기였을 적부터, 양아버지랑…… 그보다 더 전에, 죠지, 너희 아버지 영향을 받아서, 특별한 호흡을 하고 있었대."
 "특별한 호흡?" 내가 물었다.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다.
 "응. 지금 이것보다 더한 위험이 닥쳐온 상황에서, 아기였던 나는 그 호흡을, 아마도 방어 본능이 작용한 결과, 스스로 선택하고, 배웠던 거지."
 "뭐라고? 그게 무슨……?"
 "내 호흡은 내게 힘을 줘. 죠지. 내가 반드시 널 지켜낼게."
 영문을 알 수 없는 말만 한 후 리사리사는 내게 생긋 웃어 보이고, 내 옆을 지나 복도로 나간다. 복도 끝까지 완전히 커튼이 쳐진, 어두워진 복도로.
 페르난데스 선생님은 마지막 커튼을 막 친 참이었고, 커튼 끄트머리를 쥔 채 서있지만, 이제는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머리는 완전히 없어졌고, 왼팔도 떨어졌고, 허리가 파여서 안에 있던 내장이 복도에 줄줄 넘쳐흘렀고, 그 모든 것이 말라붙어서, 모래나 재처럼 무너지고 흩어져 있다. 죽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 분명히, 커튼을 치는 와중에도, 진작에 죽어 있었을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치만 페르난데스 선생님은 방금까지 보통 인간인 채 우리랑 함께 있었고, 열심히 커튼을 치긴 했지만, 다 치자 마자 다 죽은 판국이니까, 본인을 위해 커튼을 친 것은 아닐 것이다. 태양을 싫어하는 다른 누군가가, 이곳에 오기 위해서, 페르난데스 선생님을 죽이고, 조종한 것이리라.
 "죠지, 조금만 물러나 있어." 리사리사가 복도 깊은 곳의 어둠을 바라보며 말한다. "너무 가까우면, 조금 찌릿할 테니까."
 헉. 나는 문에서 물러났는데, 옆에 나란히 서있던 츠쿠모쥬크는 움직이지 않고, 날 슬쩍 보며 "이런 경험은 흔치 않으니까."라고 한다.
 나는 무섭다. 무섭지만, 복도에 서 있는 리사리사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왔어."라고 말하는 리사리사의 눈빛이 매서워진 것을 옆얼굴만 봐도 알 수 있다.
 "응? 뭐지?" 복도 저편을 들여다보던 츠쿠모쥬크가 말한다. "안토니오에게 형이 있었나?"
 없다. "무슨 소리야……?"
 "안토니오 토레스를 쏙 빼닮은 청년이…… 천장에 서 있어."
 뭐야?
 궁금하지만 복도에 다가갈 엄두가 안 난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거기 있는 세뇨리타."라고, 리사리사에게 말을 거는 듯한 목소리가 복도 멀리서 들려온다. 이상야릇한, 약간 현기증이 날 듯한 달콤한 목소리다. "내 아들 못 봤나?"
 아들?
 "인물은 그럭저럭 봐줄 만하지만, 버르장머리 없는 후레자식이거든. 그 몹쓸 내장을 내가 깔끔히 먹어치웠는데, 오늘 아침에, 아무래도 학교에 간 것 같아서 말이야……. 살아있을 리가 없는데, 거참 신기하지."
 먹어치웠다고?
 바닥에 있는 가죽만 남은 안토니오의 시체에 눈이 간다.
 "아, 내 동생을 괴롭히던, 그 악동 말이구나." 리사리사가 말하는데, 목소리가 떨리고 있잖아. "걱정 마. 죽었더라고."
 "응? 그래? ……내가 착각을 했나……?"
 "나도, 죽은 게 다행이다 싶더라니까. 걔네 엄마는 아들 가죽을 벗기는 변태고, 아빠는 아들을 먹어버리는 꼰대잖아. 죽어서야 겨우 벗어난 거 아니겠어?"
 "……." 남자의 목소리가 멎은 후, 후슈우……하고 숨 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알레한드로 토레스, 당신이 조금만 더 멀쩡한 아버지였다면, 우리 귀한 죠지 죠스타가 돼먹지 못한 당신네 아들한테 괴롭힘당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책임을 져주셔야겠는걸?"
 그 대사를 듣고, 갑작스럽게, 나는 어제의 결심을 떠올린다.
 공포를 없애려면, 용기를 짜내는 수 밖에 없다.
 난 남자애니까, 여자애한테 기대기만 할 수는 없단 말이다.
 그런데 나는 또 리사리사의 등 뒤에 숨어있다.
 부슈우루루루루루. 아까부터 들리는 이 소리는, 숨이라기보다는 콧바람 같다.
 남자가 말한다. "어른한테 함부로 입 놀리면 못쓴다, 영 레이디."
 흥, 하고, 리사리사는 코웃음을 쳤다. "소심하게 스페인 사람 흉내나 내는 얼간이 주제에, 이제 와서 신사인 척하기는."
 리사리사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다. 분명 몸도 떨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맞서고 있다. 공포를 극복하려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떨고만 있다. 아무 것도 못 하고. 전부 리사리사에게 떠맡기고 있다.
 "뚫린 입이라고 잘도 지껄이는군! 네년 내장도, 지금 당장 남김없이 솎아내주마!" 남자가 소리를 쳤고, 떵 떵 떵 떵! 하며 천장을 발로 차는 소리가 들려온다.
 휴웃 하고 짧은 호흡을 깊게 한 번 들이쉬고, 리사리사도 달려나간다.
 큰일이다. 이번엔 내 차례인데.
 나 또한 뛰어간다.
 "앗, 야 너 뭐해." 옆을 지날 때 츠쿠모쥬크가 말했지만, 내 다리는 멈추지 않는다. 복도로 뛰쳐나온 나는, 리사리사의 뒤를 쫓고 있다.
 저 작은 어깨와 가녀린 등을 추월하고 말 테다.
 천장을 달리며 다가오는 젊은 남자는, 분명 안토니오 토레스 판박이지만, 리사리사를 향해 위협하듯 열어젖힌 입 속에 커다란 송곳니가 위아래 한 쌍씩 늘어서 있는 것이 보인다.
 "먹어주지! 먹어치워주마! 꼬맹이 년! 와하하하하!" 남자가 웃으며 천장에서 뛰어내렸고, 회전하며 리사리사를 덮치려는 순간,
 "나는 죠지 죠스타의 수호자. 그 찬란한 혈통을 지키기 위해, 나는 싸우겠어! 들이쉬고, 내쉬어 리사리사! 닿아라! 나의 인디고블루남빛 오버드라이브파문질주!"
 읊조리다가 급기야는 외치면서 주먹을 꾹 쥔 리사리사의 바로 옆을 추월한 나는, 맨땅에 헤딩하듯, 아무런 대책도 없는 상태로 "야, 그만해―! 여자애한테 무슨 짓이야!"라고 외치며 리사리사와 살벌한 남자 사이에 몸을 날리고 있다. 난데없이 뛰어든 날 본 리사리사가 놀랐고, 공중에서 눈도 맞았지만, 리사리사가 내지른 주먹은 멈추지 않는다. "……잠깐……"이라며 당황하면서도, 리사리사의 주먹은 복도 바닥에 닿았고, 동시에 송곳니를 드러낸 젊은 남자도 복도에 착지한 순간, 나는 보았다. 
 복도에 타원형을 복잡하게 꿰어 맞춘 만다라 같은 모양의 파문이 뻗어나갔고, 소름끼치는 젊은 남자를 날려버린 후, 순식간에 모래인지 재인지 모를 가루로 만들어 산산조각 내는 광경을.
 "우와아아아앗! 굉장하다 리사리사!"
 라고 외친 나의 기억은,
 "바보!"
 라고 호통치는 리사리사의 황망한 표정을 끝으로 끊겼다. 바로 직후, 꽝 하고 바닥에 등으로 부딪침과 동시에, 빠지익―! 하며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벼락같은 충격이 온몸을 관통했고, 나는 정신을 잃고 만 것이다.


 눈을 뜨니 다음 날 아침이었고, 대강 모든 것이 끝나있었다. 내 침대 옆에 서 있던, 오랜만에 뵌 스트레이초 씨의 설명에 의하면, 내가 자는 새에 알레한드로와 안토니오 토레스 부자의 유해는 처리되었고, 사람들이 집 안에 틀어박혀 낮부터 밤까지 불안에 떠는 동안 스트레이초 씨와 동료들이 섬 전체를 돌며 알레한드로 토레스 같은 괴물들을 퇴치했고, 안전이 확인되었기에, 오늘 아침의 라 팔마 섬은 해가 뜨자 마자 일상생활을 되찾았다고 한다.
 "리사리사는?" 나는 스트레이초 씨에게 물었다.
 "그 아이도 밤새 우리랑 같이 일했거든. 지금은 지쳐서 자고 있어."
 "……나한테 화나지 않았을까? 그게, 내가 또 실패를 해서, 괜히 리사리사한테 방해만 됐잖아."
 "……죠지. 넌 자기희생을 마다않는 죠스타 가문의 피를 진하게 이어받았단다. 그리고 넌 아직 어려. 잘 안 풀리는 일이 있더라도 개의치 않아도 돼. 이대로 올곧게, 해맑고 굳세게, 늠름한 사나이로 자라만 주면, 충분하단다."
 "……있잖아, 나도, 리사리사 같은 그런 힘, 가질 수 있을까?" 
 "……글쎄? 갖고 싶니?"
 갖고 싶나? 나는 이불 속에서 몸을 떨었다.

To Be Continued → 『JORGE JOESTAR』 ONE : 쓰쿠모주쿠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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