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RGE JOESTAR』ONE : 쓰쿠모주쿠 [5/7] ← Prev

 

 "안토니오네 아빠, 송곳니가 났었잖아? ……게다가, 엄청 젊어졌었어. 천장을 걷기도 했고…… 안토니오를 먹었다고 했어."
 "응."
 "스트레이초 씨랑 동료들은, 그런 거랑 싸우는 거야?"
 "맞아. 싸우기 위해 고된 수행을 하고, 힘을 기르고 있는 거지."
 "……난, 무서워. 이제 다신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아. 그런 일이 벌어지면…… 난 이제, 다음엔 분명, 몸이 움직이지 않을 거야. 다리가 풀리고, 못 움직이는 채로, 나도 분명 잡아먹힐 거야. 그런 건 싫고, 무서우니까, 가까이 가기 싫어. 리사리사의 그런 힘도, 난 갖고 싶지 않아."라고 하면서, 나는 한심스러워서 울 것만 같다. 그때는 어딘가 멀리 있던 공포가 이제야 다가와서 나를 감쌌고, 무거워서, 숨이 막혀서, 나는 허억 허억 거친 숨을 내뱉으며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또~ 또 남이 보는 데서 우네 꼴불견이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속 어딘가에서, 나는 이렇게나 비참하니 용기를 내어 싸우라는 말 같은 건 하지 말고, 부디 면제시켜주세요, 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건 원래 용기가 있는 리사리사 같은 애들 시켜주세요, 라고.
 참 못났다. 내가 너무 못났다 싶어 더 눈물이 난다. 스트레이초 씨가 "넌 움직일 수 있었잖니."라면서 내 등을 쓰다듬어 줬지만, 나는 입을 꾹 다문다. 그런 건, 그냥 바보짓만 한 거다. 창피해 죽겠어!


 스트레이초 씨 일행은 라 팔마 섬에 머무른 후, 예정대로 연말에 리사리사를 데리고 이탈리아로 건너가게 되었다. 괴물을 쫓으며 본격적인 수행을 시작하겠다는데, 듣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였기에 자세히는 모른다. 내가 리사리사와 눈을 잘 맞추지 않게 된 탓에 리사리사의 말수도 줄었고, 어쩐지 집 분위기도 우중충해져서, 리사리사가 이사 가는 날이 기다려질 정도다.
 그리하여, 계속 학교를 쉬고 있던 내 곁에, 츠쿠모쥬크가 찾아온다. 학교 상황이 어떤지 물어보니, 정신적인 충격으로 학교를 쉬고 있는 건 나뿐이 아닌 모양이다. 다만 훌리오는 쉬지 않고 계속 등교하고 있고, 지금은 안토니오의 포지션을 물려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내 험담을 하거나 날 또 괴롭히려 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때 엘리자베스 씨도 한마디 했었지만, 토레스 일가도 사실은 영국인이라더라. 나도 조사해 봤어. 성은 하이타워. 안토니오는 앤서니고, 그 아버지는 알레한드로가 아니라 알렉산더, 영어 이름을 스페인식으로 바꿨던 거지. 영국에서 철도사업에 실패한 후 이쪽에 흘러 들어왔다는데…… 그런 과거가 있었기에, 너라는 존재가 눈엣가시였는지도 모르지."
 "………." 딱히 아무런 느낌도 없다. 이미 끝난 일이다. 토레스 일가는 카나리아 제도의 라 팔마 섬에서 파괴되고, 끊어지고 만 것이다. 이곳은 활기차고 근사한 섬이건만, 그 뒤에 토레스 일가의 그런 음습함이 감춰져 있다니,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천장을 걷고 송곳니를 세우던 알레한드로 토레스의 존재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고마워."라고 말했다.
 "응? 뭐가?"
 "안부 확인하러 와줘서."
 그러자, 츠쿠모쥬크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떨군다.
 "하긴, 난 그때, 아무 것도 못 했으니까……."
 "하하. 무슨 말이야. 그런 뜻이 아니고, 기뻐서 그래. 난 예전부터, 친구를 하나도 못 사귀어서, 누가 우리 집에 놀러 와준 적이, 계속 없었거든."
 "……그래……. 미안해."
 "네가 미안할 건 없잖아."
 "아니, 나도, 사실은 널 냉담하게 대했었거든."
 "? 뭐? 그랬어? 몰랐는데…… 왜? ……내가 영국인이라서?" 그것도 있지만 애당초 날 싫어해서, 라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까 싶어서, 나는 긴장했다.
 하지만 츠쿠모쥬크는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내가 명탐정이었기 때문이야."
 ? "……명탐정이었다고? ……잘 모르겠지만, 지금도 명탐정 아니야?"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제 내겐 확신이 없어. 그리고 확신이 없다면 명탐정을 자칭할 수 없지."
 "……흐응……?"
 "후후. 참 태평하구나, 죠지 죠스타. 하지만 분명, 이제 곧 그렇게 느긋하게 있을 수 없게 될걸?"
 "………?"
 "기어코 때가 왔으니…… '확신'에 대해 얘기해보자. 나는 자칭 명탐정이야. 그리고 그 일을 잘해내고 있지. 내게도 실패나 실수는 있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아. 왜냐하면 난 반드시, 마지막에는 명탐정으로서 사건을 해결할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야. 그래서 주저 없이 명탐정을 자칭하는 거지. 근데 생각해 봐. '명탐정'이란, 어디까지나 '찬사'이고, 남이 불러주는 칭호인 것이지, 스스로 자칭할 말이 아니야. 본래대로라면, 예술가가 스스로를 '거장'이라고 일컫거나 '천재'라고 자화자찬하거나, 자기 작품에 '걸작'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스꽝스러운 일일 거야."
 "……어…… 뭐, 듣고 보니,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치만, 난 딱히 네가 명탐정이라고 말해도 아무 이상한 느낌이 안 드는데?"
 "그게 이상한 거야. 왜 나는 완전히 틀릴 리가 없다고 여겨질까? 너도, 다른 사람도, 하물며 나 자신조차 그리 생각하는 이유가 뭘까? 명탐정이 관여하는 사건은 항상 복잡하고, 의표를 찌르는 내용이고, 뜻밖의 트릭과 범인이 거의 반드시 숨어있고, 게다가 생각도 못 한 반전까지 몇 개나 준비되어 있는 법이라고. 그 무엇 하나 틀리지 않고 정답을 도출해 내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야. 한 번이면 또 모를까, 매번 그렇다니까?"
 "응? ……그치만 아까 너도, 실패나 실수를 한다고 했잖아."
 "그래. 하지만 반드시, 최후에는 내가 진상을 밝혀 내고, 정답을 도출해 내고, 사건을 해결해."
 "장하네. 그건 대단한 거잖아."
 "하지만 반드시 그렇게 된다니, 이상하잖아."
 "어…… 그러니까 결국, 부담감 얘기야? 다들 기대하니까 어깨가 무겁고 힘들단 뜻이야?"
 "그런 거 느낀 적 없어. 무슨 부담감이 있겠어. 난 반드시 정답에 도달하는데."
 "흠. 그럼 문제 없잖아."
 "그게 문제야. 문제가 없는 게 이상하다고. 나는 한낱 인간에 불과해. 반드시 무언가를 해내도록 정해져 있다니, 말도 안 되지."
 "풋. 자기가 해낸 일을 가지고, 이런 일이 가능하다니 이상하다고 하는 거야?"
 "바로 그 말이야." 츠쿠모쥬크는 진지하기 그지없다. "인간에게, 정해진 하나의 역할이 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으~음…… 자기가 겸허하지 못하다고 한탄하는 거야?"
 "아니야. 자기가 겸허하지 못한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실제로 그래도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한탄하는 거야."
 "……그러니까, 너한테 너무 유리하단 말이야? 이 현실이?"
 "그런 거지. 이제야 도달했구나." 츠쿠모쥬크는 내 눈을 보며 말을 잇는다. "나의 이 확신은, 거기서 오는 거야. 다시 말해 나는, <세계는 나를 위해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저 믿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알고 있어. 일러두지만 어떤 일이 운 좋게 잘 풀릴 때 느끼는 식의, 뭐든 할 수 있으리라는 시시한 착각이나 우월감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 나는 실제로, 이 세계의 신에게, 선택된 거야. 난 그걸 알고 있어. 그래서 부끄러워하긴커녕 아주 태연하게 '명탐정'을 자칭해 왔고, 문제가 없었던 거야."
 "……헤에……. 뭐, 너무 잘났다는 뜻이겠지만, 그런 건 굳이 신경 안 써도……"
 "또 본질을 비껴가려 하고 있으니, 말해둘게, 죠지 죠스타. 난 명탐정으로서, 그렇게 자칭하며 이제껏 살아왔고, 실제로 느껴서 알고 있어. 이런 일은, '신에 의해', '자의적으로' 선택되지 않는 한 일어나지 않아. 다시 말해, 내게는 '신'을 닮은, 하지만 그와 다른 무언가가 함께 하고 있는 거야."
 "?……아하하. 그냥 <신이 함께 한다>고 하면 안 되는 거야?"
 "신이란 존재는 '개인'을 선택하지 않아. 차별하지 않지. 어떤 역할을 부여할 수는 있어도, 그 역할을 부자연스러워질 만큼 계속 짊어지게 하지도 않아. 나와 함께 하는 존재는, '신'과 같은 힘을 지녔지만, 그보다 더, 나를 위한 의지를 지닌 존재야."
 "……."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나는, 내가 '셜록 홈즈'고, 내가 사는 이 세계 바깥에, '아서 코난 도일' 같은 존재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어. 내가 스스로 명탐정임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강하고, 명확하게. 그리고 난 그 존재를, '세계를 초월한 곳에서 날 조종하는 존재', <비욘드(BEYOND)>라고 부르지."


 일종의 과대망상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너무 머리가 좋아서 성공을 거듭하다 오만해졌거나 병에 걸렸거나, 아니면 그런 누군가가 존재한다고 믿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내면에 겸허함이 꿈틀대고 있어서, 일그러진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건가……?
 츠쿠모쥬크는 알 수 없는 말을 계속한다. "자 그런데, 이제까지 현재형으로 말했지만, 모두 과거형으로 말해야 맞는 얘기였어. 처음에 말했듯, 나한텐 이제, 명탐정이라는 확신이 없어. 다시 말해, 나의 <비욘드>는 날 버린 거지. 난 여전히 나지만, 이 세계에서의 역할을 <비욘드>가 보증해 주는 건 아니야. 이 세계에서…… 아니, 이 이야기에서, <비욘드>가 '주인공'으로 선택한 건, 너야, 죠지 죠스타. 이게 내 마지막 확신이야."


 뭐랍쇼?……얘가 갑자기 무슨 소리래……?

To Be Continued → 『JORGE JOESTAR』 ONE : 쓰쿠모주쿠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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