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다 빈치 ダ・ヴィンチ> 2016년 5월호(σ)에 실린 마이조 오타로의 짧은 소설입니다.

 

해당 호는 작가 오츠이치 특집호임과 동시에 애니메이션 <오소마츠 상(오소마츠 6쌍둥이)> 특집호였는데,

오츠이치 본인도 <오소마츠 상> 스핀오프 소설을 써서 실었고, 아들과 함께 시청할 정도로 팬이라고 하네요.

 

이 소설 <쓰쿠모주쿠마츠 九十九十九松>의 경우 <소생 이야기 小生物語> 스핀오프를 표방하며

<쓰쿠모주쿠 九十九十九>와 <죠지 죠스타 JORGE JOESTAR>의 설정을 전제로 한 내용이지만,

(<쓰쿠모주쿠> <죠지 죠스타> <쓰쿠모주쿠마츠>는 모두 다른 출판사라서 매우 실감 나는 설정임)

필요한 지식이 있다면 <오소마츠 군 / 오소마츠 상>의 등장 캐릭터들에 관한 것 정도겠다 싶습니다.

 

 

<소생 이야기> : 오츠이치가 자신을 소생이라 부르며 인터넷상에 발표했던 일기 (같은) 에세이집.

현실과 허구의 틈새에서 흔들리는 오츠이치≒소생의 기묘하고 탈력적인 164일간이 기술되어 있다.

 

 

 2003년 9월 19일 (금요일)

 나는 쓰쿠모주쿠. 명탐정.
 <쓰쿠모주쿠>라는 제목으로 책이 발매됐을 때 내가 태어난 걸로 치면 난 아직 생후 6개월이나, 일단 열여섯 쯤 될 법한 느낌으로 설정됐다.
 이처럼 스스로의 연령조차 모호하지만, 그도 그럴만 하다. 나 또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명탐정과 마찬가지로, 세금을 내거나 편의점 화장실을 빌려 쓰거나 술을 너무 마셔서 필름이 끊기곤 하는 살아있는 인간으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명탐정이라는 완벽한 존재는 어디까지나 이야기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다만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는 점이 다른 명탐정과는 다르다.
 메타탐정, 사람들은 그렇게들 부른다. 그런 설정이다.
 나에게는,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라는 자각이 있고, 나를 움직이는 '비욘드(BEYOND)'로 불러도 될 만한 존재인, 너를 보고 있다. 그러한 뜻으로 메타탐정이다.
 왜 내가 지금 여기 소환되었는지, 나 자신은 영문을 모른다……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분명 무언가 해결해야 할 사건이 있을 것이다.
 그것 외에는 명탐정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너는 소설을 쓰고 있다. 제목은 <좋아 좋아 너무 좋아 정말 사랑해.>. 한 달쯤 전에 <드릴홀 인 마이 브레인>을 편집자에게 건넨 후 곧바로 쓰기 시작한 단편이었지만, 100장을 훌쩍 넘긴지 오래고, 아마 이미 중편 수준에 다다른 상태다.
 너의 수첩을 보니, 아무래도 오늘이 스스로 정한 마감인 모양이다. 단숨에 탈고할 생각인 듯, 넌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를 이미 해두었다. 오뎅이고, 이제는 식히면서 무에 맛이 스며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너는 급히 키보드를 치고 있다. 거의 한눈도 팔지 않고. 그런데 미안하게 됐지만, 난 네가 쓰는 소설 내용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나는 탐정이고, 하다못해 미스터리를 쓰고 있다면 약간 신경쓰이긴 하겠지만, 제목을 봐서는 어차피 아닐 테니까.
 뭐 좋아.
 너는 책상에 붙어서 그저 소설을 쓰고 있을 뿐인데, 그걸 그저 바라보는 게 무슨 소용이랴.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 내가 아니면 안 되었을 이유란 것이 있을 터이고, 그것을 탐구하는 것이 내 할 일이므로, 일을 하는 너의 등 뒤에서 나도 그리 하련다.
 
 우선 깨달은 것은, 오늘이 9월 19일이라는 것. 이 날 이곳에 나타난 것도 내 이름을 따른 것일까? <JORGE JOESTAR>의 발매일이 9월 19일이었던 것처럼?
 그리 생각하고, 어? 어떻게 내가 2012년 소설의 발매일을 알고 있지?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로 직후, 아아, 그래 그래. 나는 이미 수수께끼를 풀었다. 메타명탐정이니까.
 이건 2003년을 무대 삼아 2016년에 쓰여지고 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제목은 <쓰쿠모주쿠마츠>. ……마츠?
 '마츠'에 관해서는 아직 의미불명이지만, 단지 정보가 부족할 따름이겠지.
 필요한 정보가 눈앞에 모이면, 수수께끼는 반드시 풀린다. 그게 나라는 명탐정의 특성이기도 하다.
 어디 보자, 이 소설은 잡지 <다 빈치>의 <오츠이치> 특집호에 싣기 위해 쓰여지고 있는 모양인데…… '오츠이치 작품의 스핀오프'로서, 보아하니 <소생 이야기>라는, 인터넷상의 일기 같은 문장을 책으로 엮은 것을 소재 삼아 집필되는 중인 듯하다.
 아아 그렇구나, 다시 말해 이 문장은, 첫머리에 날짜가 쓰여있었던 그대로 일기였다는 말이군,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이대로 괜찮은 건지, 적잖이 걱정이 된다.
 일기라면 너는, 어디까지나 13년 전 그날 일어난 일을 적어야만 한다.
 하지만, <좋아 좋아>를 쓰고 있을 무렵의 너는 아직 오츠이치 씨…… 혹은 네가 쓰는 호칭인 아다치 히로타카 씨와는 한 번도 만난 적 없을뿐더러 어떠한 교류도 한 적이 없다.
 즉 원래 너의 일기에 아다치 씨는 등장하지 않을 것이란 말이다.
 더구나 지금 너는 눈앞의 소설에 몰두하는 중이고, 책상에 붙어서 하염없이 키보드를 두드릴 뿐이다. 아마 이대로는 소설스러운 에피소드는 하나도 벌어지지 않고, 거의 일기로서 성립되지 않는 하루가 지나갈 뿐일 것이다…… 너의 뒤통수를 보며 생각하던 나는, 문득 스스로의 오류를 깨닫는다.
 이 소설의 일인칭은 '나'이고, 그건 바로 나, 가토 쓰쿠모주쿠를 말하는 것이므로, 이건 너의 일기가 아니라, 나의 일기인 것이다.
 그리고 나는 메타탐정이라, 2003년 3월에 태어난 후 2016년 3월인 현재까지 모든 시공간에 편재하므로, 그 모든 것이 지금 여기서 벌어진다.

 나는 2004년 11월 27일에 고단샤, N201회의실에 있다. 밤 9시이고, 거기엔 아무도 없지만, 이곳은 그날 낮에 <LIVE AT 파우스트@고단샤> 이벤트가 개최된 장소이며, 그 뒷정리가 끝난 직후일 것이다. 장식이 일부 남아있다.
 그리고 거기에 시체가 한 구 있다.
 저건…… 무슨 의미일까?
 소생의 시체다.
 그리 생각한 후, 앗, 하고 깨닫는다.
 '소생'?
 그것은 남성이 스스로를 낮춰 표현할 때 쓰는 말이고, 즉 '나'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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