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쿠모주쿠마츠(九十九十九松)』 [1/3] ← Prev


 하지만 나를 쏙 닮은 그 시체는 내가 아니다. 나는 2016년까지 살아있으니까. 2004년 시점에 죽은 적은 없다.
 그렇지만 나는 네가 내 이름을 지닌 다양한 나를 다른 소설에도 등장시키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다지 당황하지는 않는다.
 그렇겠군, <소생 이야기>를 따르면 일인칭은 '소생'이 되겠군, 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즉 너는 다시금 나를 죽이기로 했다는 말이다.
 나는 소생의 시체를 본다.
 양쪽 입꼬리가 예리하게 찢어져있다. 바닥에 퍼진 피의 양으로 미루어 볼 때, 아마 소생의 사인은 이 상처로 인한 실혈사일 것이다.
 하지만 왜 소생은 상처를 치료하려 하지도 않고, 그저 바닥에 대자로 누운 채, 피가 흐르게 내버려둔 것일까?
 히죽히죽 웃으면서?
 ……아니, 소생은 죽음을 맞으면서 미소지었던 것이 아니고, 입 상처 양쪽 끝이 둥글게 말려 올라간 탓에 웃음짓는 표정으로 착각했을 뿐이다.
 아무튼 도통 모르겠다.
 나는 일어선 후, 소생의 시신을 향해 두 손을 모은다.
 그리고 자 우선 경찰에 신고를 할까, 아니 그보다는 먼저 고단샤 경비원을 불러와야겠지, 라고 생각했을 때, 나는 다시 시공간을 이동한다.
 
 지리적으로는 그리 먼 곳은 아니다. 고단샤 바로 근처 호텔 친잔소椿山荘의 티라운지다. 다만 시간은 스킵되어 2005년 6월 14일 오후 11시.
 영업시간이 끝난 후 불이 꺼진 그 넓은 라운지 가운데에, 분위기 있는 장식품에 둘러싸인 채, 또 소생이 죽임을 당해 쓰러져 있다.
 여장을 당한 채, 목을, 머리에 씌워진 가발의, 땋아 내린 두 가닥의 머리카락에 조여진 채로.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저 소생을 모멸하면서 살해하는 것이 목적이었을까?
 그럴 리는 없다. 무언가 의미가 있을 터이고, 아직 모르는 것은 정보가 부족한 탓이다.
 왜 여기가 고단샤 회의실 다음일까?
 주위를 둘러보고, 커다란 유리창에서 달빛이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떠올린다.
 난 너를 쭉 봐왔기에 알고 있다.
 네가 이날, 이곳에서, 아다치 히로타카 씨와 처음 얼굴을 맞댔다는 것을.
 그래.
 나는 방금 그 소생 살해 현장이 그 회의실이어야만 했던 이유 또한 깨닫는다.
 <LIVE AT 파우스트>는 <파우스트 Vol.4> 발매를 기념하는 이벤트였고, 너는 그 호에 게재된 기획인 <문예합숙>에서 아다치 씨가 오츠이치 명의로 발표한 소설에 일러스트를 더하는 일을 얻었다.
 추측하건대 소생 연속살인범은 너와 아다치 씨가 접점을 가졌던 곳에서 소생을 죽이고 있는 것이 틀림 없다고, 내가 짐작한 순간, 시공간이 또다시 점프한다.

 그곳은 2010년 8월 21일, 오후 11시, 나는 신주쿠 발트9(*영화관)이 있는 빌딩 옆 샛길에 서있다.
 주위를 보니, 영화 <NECK>의 노란 색 포스터가 붙여져 있다.
 어라? 그 날은 네가 원안을 담당한 영화의 개봉일이다.
 하지만 아다치 씨는 이 영화에 관여하지 않았는데…… 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이 영화와 관련된 기획에 너도 아다치 씨도 참가했었다. <마계탐정 명왕성O 시리즈>. 첫 번째 작품 <바이올린의 V>를 아다치 씨가, 여덟 번째 작품 <데드돌의 더블D>를 네가, 각자 <에치젠 마타로> 명의로 발표한 것이다.
 그렇다면, 하고 어둠 속에 눈길을 던지니, 취객조차 오지 않는 그 좁은 길 구석에 소생은 쓰러져 있었다.
 가엾게도, 머리에 작은 일본 국기가 꽂힌 채.
 출혈량과 넘쳐흐른 뇌를 보건대, 그 상처가 치명상임은 명백하다.
 젠장할, 나는 생각한다.
 입 찢기, 여장, 국기, 대체 이게 다 뭐야?
 왜 소생을 이토록 우롱하는 거지!?
 나는 침착하자고 생각하지만, 가슴이 진정되기 전에 시공간이 점프한다.

 다음으로 이동한 시공간은 2012년 9월 19일. 오후 10시. 방금 전 내가 네 방에서 떠올린 <JORGE JOESTAR>가 발매된 날, 슈에이샤 빌딩 뒤편에, 소생이 쓰러져있다.
 아무렴, 당연히 이날이다. <VS JOJO 시리즈>라는 제목 아래 네가 발표한 그 소설보다 앞서, 0번째 작품이라 할 만한 위치에서 아다치 씨가 <THE BOOK>을 집필했으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소생이 죽은 모습을 보고 심한 탈력감에 사로잡힌다.
 소생은 반 나체이고, 쓰러져있다. 더군다나 세로 줄무늬의 큼직한 바지가 입혀진 채로.
 이 무슨 바보스럽고 참혹한 모습인가…….
 소생에게 눈에 띄는 외상이 없었기에 나는 허리를 숙이고, 소생의 헐렁거리는 바지를 뒤집어 본다.
 상처를 찾았다. 배꼽 주변을 여러 번 찔린 상처다.
 그리고 깨닫는다.
 속옷을 안 입은 상태……가 아니라, 이 바지가 팬티인 거다. 그냥 좀 짧을 뿐인 바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이런 빅빤쓰(デカパン)를……?
 고개를 갸웃거린 순간, 지금 그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빅빤쓰데카판'?
 응? 뭐지?
 '빅빤쓰데카판'같은 말이, 내가 쓰는 어휘에 있었나? 일반적인 명사는 아니잖아? 아니, 헐렁헐렁한 팬티를 빅빤쓰데카판라고 부를 수도 있다는 건 알지만, 난 그런 말은 거의 써본 적이 없었다.
 처음 써본 말이라서 조금 당혹스럽게 느껴질 뿐인 걸까?
 그 의문이 남은 채로 나의 시공간이 다시금 점프하고, 해답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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